주종천 (사상체질과 전문의)
사상체질의학을 완성한 이제마는 예순 다섯의 나이로 졸(卒)하기까지 여러 가지 저서를 남겼는데, 자신의 철학에 관하여 이야기한 격치고(格致藳), 체질에 따른 질병과 치료에 관하여 이야기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일상생활의 잡다한 글을 모아 놓은 동무유고(東武遺稿) 등이 있다.
일상생활의 글인 동무유고에는 오복론(五福論)이라고 해서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한 내용이 있다. 가장 큰 즐거움은 수(壽) 즉, 오래 사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두 번째로는 미심술(美心術) 즉, 아름다운 마음씨, 세 번째로는 독서(讀書) 즉, 정신적인 풍요로움, 네 번째로는 가산(家産) 즉, 경제적인 성공, 다섯 번째로는 행세(行世) 즉, 사회적으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여든을 넘어선 요즘, 오래 살기만 한다면 지극한 즐거움이고 커다란 복을 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래 사는 것과 더불어 건강한 생활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복을 누렸다고 할 것이다. 또한 수(壽)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의 복도 함께 누린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선 오래 사는 것에 가장 필수적인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마는 사상체질의학에서 생명을 지키는 주된 기운을 보명지주(保命之主)라고 하였다. 진취적이고 앞서 나가려는 행동양식을 가진 태양인은 모으는 기운인 흡취지기(吸聚之氣)가 보명지주이며, 양적으로 왕성한 사회활동과 항진된 신진대사 기능을 가진 소양인은 차갑고 맑은 기운인 음청지기(陰淸之氣), 체격이 크고 느긋하고 신중한 성격의 태음인은 밖으로 내보내고 움직이게 하는 호산지기(呼散之氣), 체격이 작고 저하된 신진대사 기능을 가진 소음인은 따뜻한 기운인 양난지기(陽煖之氣)가 보명지주가 된다.
이러한 보명지주가 잘 지켜지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태양인은 소변이 시원하고 많이 나오는 경우, 소양인은 대변이 적절하게 잘 배출되는 경우, 태음인은 땀이 잘 나오는 경우, 소음인은 소화가 잘 되는 경우에 몸이 건실하고 병이 없는 상태 즉 완실무병(完實無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완실무병의 조건인 소변, 대변, 땀, 소화는 체질을 불문하고 모두 잘 이루어져야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체질의학적으로 건강한 상태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완실무병의 조건 네 가지인 소변, 대변, 땀, 소화가 모두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 필자소개 : 원광대학교 전주한방병원 체질의학과 교수, 사상체질의학회 이사, 대한약침학회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