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경춘선 열차는 지난 20일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운행이 있던 날 사람들은 그 열차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고 나름대로 기억에 간직할만한 무언가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뉴스에 날 정도로 극성스럽게.     확실히 춘천은 가까워졌다. 청량리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춘천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 50분이었다. 하지만 급행 전철로는 1시간 3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일반 전철을 타더라도 1시간 19분이면 도착한다. 하루 38회에 불과했던 운행횟수도 137회로 늘었다.   차창 밖의 풍경이 낯설다. 느릿느릿, 때로는 거꾸로 가던 그 기차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국내 드라마의 촬영장소를 찾기 위함인지 일본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춘천역에서 내려 의암호를 찾았다. 의암호는 춘천을 관통하는 소양강과 자양강 두 물길이 만나는 신연강이 1967년 댐 건설로 인해 호수로 바뀐 곳이다. 하지만 원래는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들어가는 뱃길이었다.     호수가 되기 전이지만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강을 낀 마을 가운데 두 번째로 살기 좋은 곳’으로 표현했을 만큼 아름답기로도 소문난 곳이다. 하얗게 눈 덮인 의암호는 또 다른 풍광을 선사했다. 우선 중앙시장으로 올라가 82번 버스를 타고 서면사무소로 향했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뱃길이 지나던 곳이니 만큼 나루터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오미나루터를 비롯해 눈늪나루, 신영강나루, 골미나루터가 호반의 뚝방길에서 연이어 이어진다. 그 흔적을 따라 위로 올라가 신매대교를 건너 인형극장으로 향했다.     지난 1995년 우리에게는 낯선 국제 인형극제가 춘천에서 열렸다. 춘천인형극장은 바로 그 연극제가 계기가 되어 2001년 5월 개관된 곳이다. 공연이 없는 날이었던 탓에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인형극장에서부터 소양대교까지는 길게 산책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내려오면 호반의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소녀와 마주친다. ‘소양강 처녀’다. 이 처녀상은 전국공모를 통해 선정된 남상연 조각가의 작품으로 지난 2005년 11월 8일 세워졌다.     노래 ‘소양강 처녀’는 1968년 작곡가 반야월이 해질녘 소양강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아 노랫말을 썼다고 한다. 이런 노랫말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의암호 상중도 북쪽 끝 고산(孤山) 꼭대기에서 바라본 낙조는 소양 8경의 하나로 꼽힐만큼 아름답다고 한다.   소양강 처녀를 뒤로하고 다시 호반을 걸었다. 근화동 배터를 지나 의암호 산책길에 들어서서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춘천시민들의 대표적 쉼터인 공지천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면 각종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테마공원등 휴양시설이 길게 이어진다.     의암호 둘레길은 춘천역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초행이라도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역 앞에서 서면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한다. 정류장을 찾을 자신이 없다면 춘천역에서 바로 호반으로 나가 소개한 방향의 반대로 걸으면 된다.   길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하루 코스로 무리 없이 즐겁게 걸을 수 있다. 눈꽃이 핀 호반의 풍경은 좋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겨울에 걷기에는 많이 춥다는 점을 생각해서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글 유정우 기자 spica@watcherdaily.com  사진 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최종편집: 2025-05-02 07: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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