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산에 간다’는 말은 ‘산에 오른다’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더러 어떤 이들에게 ‘등산’은 ‘정복’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 기어이 정상에 오르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꼭 산을 그렇게 발아래 두고 내려다보아야 하는가? 산의 모습은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걸까? 둘레길은 바로 수직으로 이어지던 우리의 사고를 수평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꼭 오르는 것만이 산을 아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알게 한 것이다.     산허리를 돌며 이어진 길에서 높이 솟은 봉우리를 보는 것, 숲 속의 평화로움으로 자신을 치유하는 것, 그리고 느리게 이어진 길에서 산과 함께 호흡하는 것.. 모두 산을 알아가고 느끼는 방법이다. 때문인지 수평의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이동에서 시작하는 ‘소나무숲 길’은 우이동 계곡을 따라 산허리를 낮고 느리게 돈다.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153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우이동 계곡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편의점이 출발점이다.     소나무 숲을 관통하며 편안하게 이어진 길은 바쁘게 걷지 않아 더욱 좋다. 옆으로 한 발만 내딛어도 복잡한 도심이지만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와 꽁꽁 언 계곡 위를 덮은 하얀 눈은 겨울 숲을 더욱 고요하게 한다.     다만, 숲을 가르는 좁은 길에서 ‘쏴~’하는 솔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파라락 사각사각’하며 낮은 덤불 사이를 움직이는 작은 산새들의 움직임이 가장 큰 소리를 낼 뿐이다.   소나무숲 길을 지나 들어선 길에서 처음 마주치는 것은 순국지사들의 묘역이다. 순례길 구간의 시작이다. 이 길 주변에는 광복군 17위의 합동묘역, 모두 16기의 독립 유공자 묘소, 그리고 국립 4.19 민주묘지가 있다.       독립 유공자의 묘는 우이동에 있는 손병희, 여운형 선생의 것과 수유동의 이준, 이시영, 신익희, 조병옥, 김창숙, 이명룡, 신하균, 유림, 김병로, 신숙, 김도연, 서상일, 양일동 13인의 묘, 그리고 광복군 합동묘다.     순례길은 그동안 방치되어 오던 묘역들을 강북구와 시민들이 정비하고 가꾼 결과물이다. 이것이 북한산 둘레길과 겹치면서 자연히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때문에 북한산 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에서 모두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겹치는 구간에서 직접 마주치는 곳은 이준, 유림, 신숙 묘소 정도다. 나머지 묘역은 순례길 구간에서 200~500m가량 옆으로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다. 모두 찾아가 보려고 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은 다소 힘들 수 있지만 험한 정도는 아니어서 걷기에 무리가 없다. 또 선열들의 묘역을 천천히 둘러보며 걷다보면 저도 모르게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이준 열사의 묘역을 마지막으로 이 구간은 끝이 난다. 그리고 시작되는 흰구름길은 아래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이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서울의 모습 역시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특색이 없을 것 같은 길에서 어느 순간 뒤를 보면 우뚝 선 봉우리와 능선이 든든히 버티고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좁게 이어진 길은 조금은 가파르게 산마루로 여행자들을 안내한다.     그 산마루 중간에서 마주친 구름전망대에 오르면 뒤로는 우뚝 솟은 인수봉 아래로 만경대와  주능선이 치마폭을 펼쳐 놓은 듯 길게 드리워져 있고 멀리 보이는 도봉산과 함께 그 치맛자락을 펼쳐 도봉- 노원-강북 3개 구의 빼곡한 건물 숲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세 구간 모두 전반적으로 걷기에 무리가 없는 정도지만 흰구름길이나 순례길의 경우 중간 중간 오르막이 이어져있어 약간 힘들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 느리게 이어진 길은 결코 바쁘게 자신을 재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천천히 걸으며 중간 중간 놓인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차분히 명상에 잠겨도 좋고 팻말에 적힌 시를 읽으며 찬찬히 음미해도 좋다.   글 유정우 기자 spica@watcherdaily.com  사진 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최종편집: 2025-05-02 07: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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