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든다. 그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선생님의 얼굴이 환해진다. 선생님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로 인사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꾸벅’하고 인사한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수정이(가명) 엄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말을 하지 않다가도, 노래가 나오면 신기하게도 따라 불러요”하며 피아노 건반에 즐겁게 반응하는 아이를 꼭 안아준다.
노래로 소개가 끝나자 곧 노래로 아이들의 체조가 시작됐다. 깔깔거리고 웃으며 북을 치고 박수를 치며 세상을 향해 미소 짓는다. 지난 18일 취재진이 국립재활원을 찾았을 때, 이같이 음악을 통한 재활치료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국립재활원은 지난 3일부터 뇌성마비나 발달지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소아 낮병동에서 소아집중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운영되는 소아 낮병동 프로그램은 물리치료, 작업·언어·행동수정치료, 심리상담, 미술·음악치료, 보호자 교육 등으로 짜여져 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동아 소아재활과장은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 했을 때 부모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를 만나 소아 낮병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소아 낮병동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소아 낮병동 프로그램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아침에 병원에 와서 6시간 정도 낮 시간을 병원에 와서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고, 저녁에는 집에서 가정생활을 하고 다시 아침에 오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장애 아이들의 재활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의 성장주기에 따라서 상당히 긴 기간이 필요한데, 병원 안에서만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해서 아이들의 가정생활 사회생활과 병합해서 밤에는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하게하고 낮에는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매일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면서도 가정생활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호자로서도 보통 큰 아이가 있거나 작은 아이가 있으면 병실생활을 완전히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아서 낮 병동을 이용해서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게 해 주는 일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나요?
주된 것은 하루 두 번 물리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물리치료실에서는 치료사와 함께 여러 가지 관절운동이나 신경발달 치료(보바스 치료) 등을 해주고, 기능적 전기자극치료나 각종 기구를 이용하는 치료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작업치료가 하루에 한 번씩 있습니다.
작업치료에서도 아이의 상태에 따라 삼키는 것, 즉 연하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또 손동작을 하는 치료, 일상생활 동작치료, 인지치료 그리고 감각통합치료 등을 포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언어치료, 행동수정치료 등을 개별 치료로 하고 있고, 필요한 아동들은 따로 모아 그룹치료를 진행하거나 보호자 상담, 보호자 교육 또는 의학적인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요?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뇌성마비나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입원을 해서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미취학 아동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경우, 보통 때는 학교를 가기 때문에 주로 미취학 아동들이 대부분이지만 중간에 뇌성마비 장애를 입었거나 하는 일부 중도장애 아동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원은 일단 12병상만 진행하고 있는데 대기자들이 많습니다.
사실 어머니들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습니다.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치료들 외에도 미술치료나 여러 가지 치료들을 계획 중이고요. 현재 12병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이 잘 진행된다면 차후에는 병상을 더 늘려서 실시할 계획입니다.
-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대상을 확대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보호자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빈말이 아니고,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하거나 매끄럽게 하지 못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좋아요’하는 것들은 와서 잘 치료를 받고서 반응이 나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을 때 보호자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장애가 있지만, 낮병동 안에서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을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언어장애만 있다든가 발달장애 중에서도 자폐성 장애만 있다든가 하는 경우는 힘듭니다. 아무래도 이런 경우 집단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이 어우러지지가 않습니다. 해서 지금은 뇌성마비와 발달지연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지금 부모님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제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아동을 위한 낮병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학병원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부모님들이 저희에게 연락도 많이 주십니다. 장애인 부모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소아를 보시는 재활의학과 선생님들 역시 이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의 성과가 좋아서 많은 병원에서도 낮병동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고 희망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좀 더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환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