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민간의료 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MSF)’가 지난 15일 “부유한 나라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기금을 줄이는 것은 항바이러스치료제(ARV)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나라의 환자 수백만 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 될 수 있다” 경고했다.
의사회는 오는 18~23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회의에 앞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부국들이 에이즈바이러스(HIV)와 에이즈 치료에 대한 지원을 꺼리기 시작했다”면서 “기금 조성액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8개국의 현장조사를 토대로 한 이 보고서는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년 안에 HIV 감염자 대부분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기부국들이 재정위기 등을 내세워 에이즈 퇴치 기금을 동결하거나 줄이고 있다”며 “한 예로 미국은 모잠비크에 대한 ARV 지원액을 향후 4년간 15%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퇴치 글로벌펀드’ 사무국은 앞으로 3년간 기금 규모를 200억달러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받은 액수는 수백만달러에 불과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트 필립스는 “그동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부자들이 당장 에이즈 퇴치 지원에 관심을 덜 보이고 의지가 약해지는 데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에서 싸움을 그만두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에이즈 치료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이즈 환자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의 경우 약 300만명의 HIV 감염자가 ARV를 복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600만명은 치료 없이 죽음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MSF는 전했다.
보고서는 말라위 등의 사례를 들어 에이즈나 결핵, 말라리아는 조기에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