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정장이나 디자이너 라벨의 옷을 입어야 우아한 건 아니죠. 컬러와 패턴, 장르를 잘 믹스 앤드 매치(Mix & Match)하면 뚱뚱해도 멋쟁이가 될 수 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전문 블로그 ‘더 사토리얼리스트’(www.thesartorialist.com)를 운영하는 패션 블로거겸 사진작가 스콧 슈만(43)이 말하는 멋쟁이의 비결이다.
슈만은 대학에서 의류상품학을 전공했고 발렌티노 등에서도 근무하는 등 15년간 패션계에 종사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05년 9월 취미로 개설한 이 블로그는 지금은 전 세계에서 월평균 20만명 이상의 방문자가 찾는 인기 블로그가 됐다.
‘자신의 개성을 고유한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라는 의미의 단어 ‘사토리얼리스트’에서 이름을 딴 이 블로그는 뉴욕과 밀라노, 런던, 파리, 도쿄 등 전세계 거리를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만난 멋쟁이들의 사진을 찍어 소개하는 ‘스트리트 패션’ 전문 블로그다.
제일모직의 브랜드 ‘빈폴’과 함께 ‘트렌치 프로젝트 인 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방한한 슈만을 9일 명동 빈폴 플래그십 매장에서 만나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었다.
그는 ‘멋진 스타일’에 대해 시종일관 “꼭 유명 상표 브랜드를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타일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살면서 얻은 생각은 옷을 고를 때 자신이 영유하는 생활방식을 반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밖에서 카메라를 들고 작업하는 사람이라 신사복보다는 운동복을 입습니다. 집에서는 잠옷이나 가운에 더 많이 투자합니다. 우아함이라는 게 꼭 정장이나 디자이너 라벨일 필요는 없죠. 사진을 찍을 때도 옷의 상표를 물어보지 않아요. 하지만, 랑방인줄 알고 찍은 옷이 알고 보니 H&M이었다 이러면 더 기쁘긴 하죠.”
그의 블로그 사진에는 늘씬한 모델 같은 인물도 등장하지만, 키가 작거나 뚱뚱한 사람도 등장한다.
“그동안 뚱뚱한 사람들이 패션에서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제 사진을 묶어 펴낸 책의 `뚱뚱한 남자` 섹션 속 사진을 보면 체격이 있지만 이를 의식하지 않는 멋진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 같은 사람도 체격이 우람했지만 멋쟁이였죠. 체격과 상관없이 컬러와 패턴, 장르를 적절히 믹스 앤드 매치하면 멋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못 산다고 투덜거릴 필요가 없어요.”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어떤 특정 제품이나 패션 유행을 발견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패션이나 스타일 같은 말은 자신과는 상관없고 늘씬한 팔등신 모델에게나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죠. 그런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보고 관심을 두게 되고 패션과 스타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게 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제 블로그는 스타일과 패션이 주요 테마이긴 하지만 치마 길이나 유행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제품이나 유행이 아닌, 사진 안에 깃든 인간적인 부분을 가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많은 패셔니스타들을 만났을 그에게 한국인들의 패션은 어떻게 비쳤을까.
“어떤 곳의 스타일을 가늠할 때 특화되고 전문화된 작은 가게들이 있는지를 살펴보는데 한국에 와보니 작고 특화된 가게들이 굉장히 많았고 수준도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죠. 이건 그만큼 수준 높은 고객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것만 봐도 서울은 스타일리시한 도시인 것 같아요. 꼭 다시 방문해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