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아바스틴’이 유방암 치료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 전문위원회는 20일 스위스계 제약사 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의 유방암 치료 효과에 대한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유방암 치료제 승인 박탈을 권고키로 결정했다.
전문위원회는 아바스틴 치료 효과에 대한 2건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유방암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생존기간 연장이나 유방암 진행 지연 등의 효과가 없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나탈리 콤파니 포르티스 위원회 대표는 “연구 결과 아바스틴이 환자에게 이로움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당한 독성이 있으면서도 생존기간 연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아바스틴이 유방암에 대한 효능은 거의 없는 대신 고혈압이나 피로, 백혈구 수치 변화 등 중대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슈는 이 약이 종양 성장과 증상 발현을 지연시킴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 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FDA가 전문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따르는 편이다. 로슈 대변인 샬럿 아널드는 성명을 통해 아바스틴이 치료 불가능한 유방암 환자에게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FDA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스틴은 유방암 외에도 대장암과 폐암, 신장암, 뇌종양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항암제로 지난해 59억달러(7조1천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FDA가 아바스틴의 유방암 치료제 허가를 취소해도 의사는 ‘허가 외 사용’ 방식으로 유방암 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할 수 있지만 의료인들 대부분은 FDA의 허가사항을 준수하는 편인 데다 허가가 취소되면 의료보험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유방암 치료제로서는 사실상 퇴출된다.
한편, 아바스틴의 유방암 치료 효과에 대한 전문위원회에서 표결에 참가한 13명의 위원 중 1명을 제외한 12명은 허가취소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