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카엘-젬백스가 개발한 췌장암 항암백신의 임상시험이 영국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BBC 인터넷판 등 외신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열리버풀대학병원 등 영국 53개 병원 공동 연구진은 말기 췌장암 환자 1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항암백신 GV1001을 투여하는 ‘텔로백 임상시험’을 이날 시작했다.
GV1001은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서 암을 억제하기 때문에 백신과 원리가 같다.
이 백신의 작용 원리는 암세포 표면에 과도하게 생성되는 효소인 텔로머라제를 인체 면역시스템이 항원으로 인식해 파괴함으로써 암세포를 억제하는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로열리버풀대학병원의 존 네오톨레머스 교수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인 것처럼 위장하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해간다”며 “이 백신은 그러한 위장효과를 없애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텔로백 임상시험과 세포치료제 등 항암 면역치료제 연구를 후원하고 있는 ‘캔서리서치UK’의 피터 존슨 교수는 “심각한 악성세포들을 인식해 제거할 수 있도록 면역작용을 유도하면 항암치료 후 암조직이 다시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1년 남짓이면 텔로백의 효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캔서리서치UK는 그러나 임상시험 성공이 곧 췌장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생존기간이 연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 즉 완치율이 3%에 불과하고 진단 후 기대여명이 몇 개월에 불과한 치명적인 암이다.
카엘-젬백스는 같은 원리를 이용한 폐암백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날 텔로백 백신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한다면 췌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에도 적용 가능한 ‘만능 항암백신’이 될 수도 있다는 회사의 설명을 소개했다.
젬백스의 김상재 박사는 “진정한 ‘만능’ 백신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