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에요."(강원희 선교사)     "후회하지 않아요. 지난 30년간 오지에서 큰 병 한 번 앓지 않고 맡은 일을 다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신 은혜가 그저 감사해요."(최화순 권사)      30년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등 오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 70대 노부부는 "행복한 인생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네팔의 험한 히말라야 오지를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강원희(77) 의료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지난 14일 열린 연세대 의대 졸업 5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강 선교사 부부는 행사 하루 전날 성북구 안암동 자택에서 기자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강 선교사는 1982년 49세 나이에 네팔에 의료 선교를 떠나 지금까지 줄곧 의료봉사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제 쉴 때도 되었다는 주변의 권고를 물리치고 지난해 가을 네팔로 세 번째 의료 선교를 떠났으며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세운 한·네팔친선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강 선교사는 49세의 젊지 않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은혜에 빚진 마음" 때문이었다면서 "빚을 갚는 삶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 의료선교사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피를 수혈해 중환자를 살려내는 그를 현지인들은 `바제`(네팔말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친할아버지처럼 따른다.     "수술이 끝난 다음 환자가 쇼크에 빠졌는데 피가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얼른 제 피를 뽑아서 맞춰 보니깐 환자와 맞아서 2병(400㏄)을 뽑아 줬죠."    때로는 너무 힘이 들어 "하나님, 데려가십시오"라고 기도를 하기도 하고, 현지인들에게 맞아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강 선교사는 회고했다.    "1998년 네팔 돌카 병원에서 봉사할 때 일이에요. 힌두교 간호사와 기독교 간호사가 방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국인 사역자 한 명이 벽에 붙어 있는 힌두교 신의 사진을 찢어버렸어요. 돌카 마을은 힌두교 축제가 열리는 특별한 곳이었는데 힌두교 신의 사진을 찢어버렸으니 큰일이었죠. 지역 유지와 동네 청년들이 몰려왔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넘어갔어요. 이 일이 있기 전에 그 동네 사람들과 제가 이미 친구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강 선교사는 그러면서 후배 선교사들에게 "선교사는 문화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앙과 함께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아내였다.    그의 곁에는 늘 아내 최화순 권사가 있었다. 세브란스 의대 시절부터 무의촌 봉사를 열심히 했던 강 선교사는 의료 봉사 동아리에서 아내를 만났다. 연세대 간호대학을 졸업한 아내는 고아원 봉사를 열심히 하던 `예쁜 간호사`였다.     "지금도 예뻐요. 아내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못했을 거에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마음이 저보다 더 나아요."     강 선교사 부부는 지난 30년간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남편으로서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에요. 잘 참으세요. 제가 바가지를 긁으면 (집 밖으로) 뛰어나가세요."(최 권사)     "뛰어나가지는 않았고 슬슬 걸어나갔죠. 하하하. 싸우면 둘 다 마음 아프잖아요. 제 마음 아픈 건 둘째치고 아내 마음 아픈 게 싫었어요."(강 선교사)    결혼 50주년인 내년에는 미국과 뉴질랜드에 떨어져 사는 아들, 딸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조촐한 기념식도 열 계획이다.    강 선교사는 60대까지만 해도 웬만한 산은 2개씩 넘으며 의료봉사를 다녔지만, 요즘은 산 하나도 못 넘는다면서 그래도 "85세까지 의료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봉사 활동이 끝나고 나면 또래 노인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사회에 봉사할 계획이다. 모임 이름은 `백발을 빛내며 휘날리는`이라는 뜻의 은휘(銀輝)다.    강 선교사는 "노인들이 뭉쳐서 의미 있는 일을 찾자는 것"이라면서 "노인들도 자신의 달란트를 쓸 길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최종편집: 2025-07-31 12: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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