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와 일본 원전 사고에 공정경쟁규약까지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The 22nd World Congress of Dermatology)의 대회장을 맡은 서울대 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회 유치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국제학회를 유치할 때 수십명 규모의 소수 이사에게 결정권이 있는 학회의 경우는 이들만 잘 관리하면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이 대회의 경우 국가별 비례대표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미국의 경우 20표 가까이 확보하는 투표시스템을 갖고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유치 의사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일찍 경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따랐고, 관련 유력 인사를 국내에 초청하는 등 치밀한 경쟁전략을 구사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07년 서울 유치가 확정되고도 고비는 수차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등록을 받기 시작한 뒤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사격 도발 사태가 발생했고 2차 등록을 받은 올해 3월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우리나라까지 방사선 누출 위험 지역이라는 오해를 받아 등록자로부터 ‘안전하냐’는 문의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은 교수는 “실제로 연평도 사태가 터진 뒤 후원이 취소될까 걱정됐지만 정관상 지난해 11월 이후 취소할 수 없게 돼 있었다”며 “또 연평도 사태 이후 실제 등록이 안 들어왔지만, 등록기간을 연장하면서 우려하던 것보다 최종 등록자가 결과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의약품의 공정한 유통 질서를 위해 마련된 공정경쟁규약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4월 개정된 규약에는 국제학술대회와 국내학술대회 구분없이 부스당 회사 지원 300만원 이하 등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후원을 받아야 하는 대회 성격상 규제 대상이 될 소지가 많았다.
하지만 국제학술대회의 적극적인 유치를 위해 규제대상에 제외시켜달라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면서 지난해 12월 재차 고친 규약에는 국제학술대회는 후원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는 서울의 숙박시설 수용환경에 대해서는 “아직 2만명 가까운 외국인을 한꺼번에 수용할 환경이 안돼 있어 의정부나 수원까지 내려갈 각오가 돼 있었다”며 “하지만 유치 후 세계적 경제공황이 닥치면서 규모가 줄어 강남은 꽉 찼지만 다른 지역까지 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자체 피부과 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자국 내에서 열리는 학회로 정보 교류가 충분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지 않고서는 국제적 수준의 교류기회를 가지기가 어렵다”며 이번 대회 유치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혁신적 피부과학을 통한 세계적 교류’를 주제로 29일까지 열리는 이 대회는 전세계 109개국에서 피부과 전문의와 의료산업 관계자 등 1만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