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는 쇠고기가 위험할 수도” 주장
“앞으로 백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올 수 있는 전망이 밝습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하랄트 추어 하우젠 박사(75)는 2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혈병과 관련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virus)와 구조가 비슷해서 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발암과정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인 ‘폴리오마바이러스(polyomavirus)’를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폴리오마바이러스는 최근 희귀피부암인 메켈세포암이나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련 질병의 백신 개발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우젠 박사는 1983년께 암으로는 세계 처음으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HPV라는 사실을 규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첫 암 예방백신을 개발하는데 큰 단초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폴리오마바이러스 외에도 1997년 일본에서 발견된 단일나선 바이러스인 ‘아넬로 바이러스’ 역시 암 유발 연관성 여부를 주목해야 하는 바이러스로 꼽았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에 따른 암 발생률 경감효과에 대해서는 “자궁경부암에 한해서는 발생률을 80%가량 낮출 수 있고, 전체 암발생률과 관련해서는 남성의 4%, 여성의 12∼13%를 낮출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외에 성병의 일종인 콘딜로마(곤지름.genital warts)을 유발하는데 이는 남성에게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남성이 HPV에 감염되면 항문암, 음경암, 구강암 위험이 커진다.
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적절한 나이로는 “성관계 경험이 없다면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 없다”며 “아프리카에서는 9세 이전에도 성경험이 있는 사례가 많아 9세 전에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성인의 경우 (백신의) 예방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날로 먹는 쇠고기 섭취습관이 암 유발 위험을 높이는 개연성이 의심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흔히 식습관이나 운동부족, 자외선 노출 등을 암 유발 원인으로 꼽지만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일본과 한국의 암발생률이 높아졌는데 재밌는 것은 소고기 소비량도 같이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에서 유명한 ‘샤부샤부’나 최근 들어 선호하는 ‘미디엄 또는 레어’ 수준으로 익힌 스테이크에는 암 유발 바이러스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소고기 소비량이 낮은 인도의 경우 암발생률이 낮으며 폴리오마바이러스의 경우 온도 80도 이상의 불로 익혀도 30분간 살아 있다는 것이다.
하우젠 박사는 1960년 독일 함부르크 본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1983년부터 20년간 독일암센터에서 과학디렉터로 일한 뒤 2003년 은퇴했다. 현재는 연간 2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피부과학회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암 발생과 백신에 의한 예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며 이번 내한이 세번째 한국 방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