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쓰는 ‘약침’은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약침요법은 여러 난치병 치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는 등 이미 한의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약침은 침구학과 본초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혈의 자극수단으로 한약재를 추출해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약물을 경혈의 자극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구치료와 약물치료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질환에 따라 각각 몇 배에 이르는 효과를 가진다.   국내에서는 1960년경부터 독자적인 개발을 시작했으며 중국에서 시작한 수침요법(水鍼療法), 유럽의 동종요법(Homeopathy)과 그 맥을 같이한다. 중국과 유럽의 방식이 경혈학과 본초학의 기계적인 결합이라면 국내 방식은 이를 포함한 독특한 진단-치료의 체계로 더욱 발전한 형태라고 평가된다.       한의사 100명으로 출발..20년 후 회원 4500명   그 약침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가 바로 ‘대한약침학회’다. 1990년 회원 100여명으로 출범한 약침학회는 그동안 회원수만 4천500명을 넘는 등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한의학회 산하 40개(30개 정회원, 10개 준회원)분과학회 가운데 가장 중추적인 학회로 자리 잡았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약침학회를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강대인 회장(47)을 만나 약침학회가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약침학회가 태어난지 올해로 20년, 이제 성년이 된 셈인데요. 약침학회가 어떻게 생겨났나요? - 약침은 한의학에서 침술, 침구학과 경락학, 경혈학, 본초학 등 여러 가지 분야의 학문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침은 1960년대부터 사용되었는데 한의사 보다는 김정은씨 라든가 남상천씨 같은 비 한의사가 많이 썼습니다. 일부 한의사들도 약침을 썼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김한성 박사님 같은 경우에는 일본 분과 함께 ‘금란침’ 이라는 새로운 약침을 개발했어요. 당시 약침에 대한 여러 가지의 방법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한 번 끌어 모아서 제도권 내에서 제대로 된 학문으로 발전시켜보자고 해서 결성한 것이 대한약침학회입니다.   약침학회가 처음 등장할 때 상황은 어땠나요? - 1990년 8월 26일 처음 약침학회가 설립될 때 한의사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그 분들이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라든가 학문에 대해서 그 동안 일반 한의사들이 느껴볼 수 없었던 부분들을 알려주셨습니다. 처음 출범할 때 임상학회에서 주도 하다 보니 한의사들 사이에서 ‘과연 저게 성공할 수 있을 까’라는 그런 의심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또 ‘야 이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는 구나’ 하는 그런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시간   현재 약침학회가 한의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 한의계 학회들 중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저희를 두고 “약침학회가 많은 학회들, 특히 임상학회들의 ‘롤모델’이 되지 않느냐”하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약침학회와 같은 학회들이 많이 생겨서 한의학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약침학이 모든 한의사들이 사용하고, 모든 학교에서 강의가 이루어지는 그런 학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2003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계신데요. 취임할 당시 학회 상황은 어땠나요? - 제가 약침학회의 회장을 처음 맡았을 때는 사실 (학회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학회란 회원들 사이에 친목을 도모하고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2003년도에 취임 할 때 저희 약침학회는 그런 순탄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역대 회장님들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또 다음 회장이 밑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 때는 솔직하게 말하면 혁명의 형태로 취임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처음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학회가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현재 어느 정도로 발전했다고 보십니까? - 그때하고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객관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는 논문도 거의 없었습니다. 거의 주관적인 자료들만 남아있었던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초창기에는 그런 부분(연구)이 굉장히 약했습니다. 약침학회지도 학회가 설립되고 바로 나온 것이 아니고 한참 지나서 안재규 5대 회장님 취임 이후 창간호가 발간됐는데 그만큼 학문적인 부분은 많이 뒤처져 있었다고 봅니다.       준 제약화, 학술 기반 정립에 노력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 먼저, 제약에 가까운 시설을 갖추고 한의사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가장 큰 일 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약침의 세계화를 추진한 것입니다.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거나 국제저널지를 만든다거나 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저희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아마도 그런 여러 가지 작업들이 잘 융합이 됐기 때문에 시너지가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제가 총무 이사로 있을 때인 1999년 ‘노량진 경찰서 사건’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경찰이 약침을 불법의약품이라며 단속을 벌이고 22명의 동료 한의사들이 연행되기도 했는데 그 때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면에서 발전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그 다음 어려웠던 것은 주위에서 한의사들을 바라보는 시각, 특히 약침에 대해서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을 추진할 때 순수한 마음으로, 또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고 너무 단기적이고 당장 눈 앞의 현실 위주로만 생각하는 일부의 시선, 그것이 가장 힘들었고 어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많았지만 꼭 짚어서 이야기 한다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현재 JAMS(Journal of Acupuncture and Meridian Studies: 침술과 경락학 저널) 편집장을 맡고 계시는 서울대 소광섭 교수님, 일침학회를 이끌었던 김광호 회장님, 토지당한의원 김광호 원장님, 한의계 재야에 계시는 분들, 학교에 계시는 여러 교수님들, 권기록 부회장님을 비롯한 학술위원님들이 바로 그분들입니다.특히 손목원 사무국장이 10년 정도 근무했는데 그런 좋은 직원들과 일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된 것과, 그 사람들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또 그런 사람들과 한군데 모여 일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침학회의 당면 과제가 있다면요? -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제약화입니다. 약침이 빨리 제도권 내에 들어가서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한의사가 직접 (약침액을)만들어서 쓰는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현재 이런 문제들을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전향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해준다면 제약화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약침학회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습니까? -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려 본다면 `제약`과 `연구`로 분리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제약화 이후 약침이 해외로 수출되고 외국에 있는 의사나 한의사들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침 전문의 과정-전문병원 설립, SCI 저널 추진   학회는 학문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한 일들을 시작해야합니다. 우선 한방 병원에 약침 전문의 과정이 신설되어야 하고, 임상에서 좀 더 활발한 연구 활동들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또 그 논문들이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 논문 인용 색인)급 저널에 게재되면 좋을 것입니다. 나아가 학회가 SCI 저널도 가졌으면 합니다. 약침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본다면 약침전문병원이 생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인가요? - 오는 10월 10일 ‘약이·침이 의료봉사단’(약이, 침이는 약침학회의 마스코트이다.)이 경남 밀양에서 올해 첫 활동을 갖습니다. 저는 약침학회와 회원들이 국민과 소통을 하고 국민과 같이 호흡하는 그런 단체가 되고, 그런 한의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학회가 ‘약이·침이 의료봉사단’을 만들어 의료봉사를 하는 것도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들께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약침학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들이 다른 단체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20주년을 맞아 약침학회 회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 먼저 우리 회원들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제 됐지 않았느냐’라는 그런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후배 한의사들, 약침을 사랑하시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지금이 약침분야에서 약침학회가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금 불편하고 힘들고,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더 인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조금 더 빨리, 바른 길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직은 힘듭니다. 어렵지만 더 이해해주시고 또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최종편집: 2025-05-01 23: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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