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아들과 손자 26명을 둔 104세의 전직 프로야구선수가 은퇴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에밀리오 나바로(사진)는 최근 미국 노동부 산하 비영리노인직업훈련기관인 `익스피리언스 워크스(Experience Works)`가 주는 ‘올해의 남성우수 최고령근로자’로 선정됐다. 오는 9월 26일 105번째 생일을 맞는 그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30개 주에서 추천된 후보 수십명을 물리치고 수상자가 된 나바로는 10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다. 게임기 회사의 감사관으로 한 주에 30시간씩 일한다. 아들 5명과 손자 11명, 증손자 9명, 고손자도 1명 있는 그는 안경 없이 생활하며, 지팡이 없이 외출한다. 손 끝을 발 끝에 댈 수 있다. 종종 위스키도 마신다.
빈민가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5살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신문배달, 땅콩과 아이스크림 팔기 등으로 고된 생활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 17살에 푸에르토리코의 폰스라이온스에서 야구를 시작하였다.
‘밀리토’라는 애칭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그는 165cm의 단신임에도 푸에르토리코 최초로 블랙 아메리칸 리그에 진출, 뉴욕쿠바스타에서 활동하였다. 이후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주엘라 등에서 20년 간 선수 생활을 한 후 은퇴, 체육교사와 야구장 관리인 등으로 일했다.
나바로는 이후 게임기 사업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아들이 운영하지만 그는 여전히 회사의 재정을 관리하는 감사관으로 일하는 `현역`이다.
나바로는 15년 전에 심장박동기를 달고 지금까지 최소한 2번은 새 것으로 교체했고, 고혈압도 갖고 있으나 춤 출 때 금발 미녀를 좋아하고 풍선껌을 씹는 등 `로맨스 그레이`다.
현재 그는 1950년대에 가족을 위해 지었던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파출부가 매일 가사를 돕지만, 방 청소 같은 일은 자신이 한다. 부인은 약 20년 전쯤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이 조심스럽게 양로원을 권하지만, 나바로는 전혀 생각이 없다.
젊게 사는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있다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모든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죠, 이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라며, 그의 두 아들도 ‘만물을 사랑하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집 근처 노숙인에게 2달러씩 나눠주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있다.